만성통증이란 통증이 3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 손상된 조직이 회복되는데 필요한 기간이 지나도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 그리고 치료를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를 말합니다.

통계에 의하면 만성통증은 전 연령에서 나타나며 노인인구의 65%는 만성 통증 환자이고, 요양 시설에서 생활하시는 노인분들은 80%가 만성통증을 앓고 있다고 합니다. 만성통증 때문에 들어가는 의료비와 사회적 비용을 포함하면 원화로 53조가 넘는다고 합니다. 이는 암질환, 심장병, 에이즈를 치료하기 위해 들어간 비용을 모두 합한 금액을 상회하는 돈입니다. 우리나라 1년 예산의 십 분의 일이 만성통증 때문에 사용되고 있는 것입니다. 참고로 미국은 매년 750조를 쓰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 나라 1년 예산을 넘는 금액이죠.

좋은 환경에서 우리나라 보다 여유로운 삶을 누리고 있고, 많은 의학 연구들이 진행되는 여러 선진국에서조차 현재 만성 통증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많은 매체나 전문가들이 통증을 없앨 수 있다고 단정 짓습니다. 그들의 말대로라면 지금 만성 통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은 없어야할 텐데요. 현대 의학에서는 정복한 질병이 있는 반면에 아직 해결하지 못한 질병들도 있습니다. 만성통증 또한 우리가 해결하지 못한 질병입니다. 당뇨나 고혈압도 완치가 아니라 관리하면서 살아가는 것처럼 말입니다.

세계보건기구에서 발표한 국제질병분류(ICD)의 11번째 개정판에 의하면 만성통증은 질병으로 분류되어 있으며 세부 항목에 보면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만성 근골격계 통증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만성통증은 더이상 하나의 증상이 아니라 그 자체가 질병이 된 것입니다.

스웨덴 정형외과 의사 알프 나쳄손은 50여 년간 척추 연구의 공로를 인정받아 척추 연구의 개척자라는 칭호를 받았습니다. 20년간 저명한 학술지 'SPINE'의 공동 편집자 활동을 했고, 제1저자 혹은 공동저자로 500여편의 논문을 명망 높은 학술지에 게재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여러 유명한 대학에서 객원 교수로도 활동을 하신 분입니다. 나쳄손의 인터뷰에서 질문자가 허리 통증의 원인을 물어 봤습니다. 나쳄손은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모릅니다. 그때도 몰랐고 지금도 모르고 있습니다. 제 연구의 중요한 목표중 하나가 허리통증의 원인을 찾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전 이부분에 있어서는 실패했죠. 제가 연구에 몸담았던 지난 50년간 허리 통증의 원인을 찾지 못했었고, 지금도 모르고 있어요", "우리는 비정상적 구조와 통증을 정확하게 연결할 수 있는 어떠한 진단적 기술도 갖고 있지 않아요"

세계의 수많은 석학들은 허리통증의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끊임 없이 연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매체에서 전문가라고 칭하는 사람들이 허리가 아픈 이유를 쉽게 얘기해버립니다. 다리 길이가 차이나서, 골반의 틀어져서, 디스크가 좁아져서, 척추 정렬이 안 좋아서 등.

만성통증을 무조건 해결할 수 있다고 접근하는 것보다 만성통증 자체를 극복 불가능한 문제로 인정해야 합니다. 만성통증을 조절하고 완화하고 관리하는 방법을 배우는 게 중요합니다. 만성통증을 우리가 없앴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고 통증과 함께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야 하는 것이죠. 더이상 통증이 우리의 삶을 제한하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일단 통증의 긍정적인 면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통증의 원래 목적 자체가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신호를 보내는 것이기 때문이죠. 통증이 없다면 우리는 손상당하고 조직이 파괴되더라도 우리 몸을 혹사시킬 것입니다. 통증은 우리 몸을 지켜주는 것입니다. 우리가 경계해야할 대상은 통증 자체가 아니라 통증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통증을 이해하고 더이상 통증을 두려워하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아프게 운동하는 것입니다. 운동을 통한 진통효과는 이미 많은 연구들에서 사실로 밝혀졌습니다. 운동을 하게 되면 베타 엔돌핀이 분출되어 뇌에서 통증을 줄여주는 하강 조절이 시작됩니다. 운동은 또 면역력도 증가시키는데 여기서 면역은 통증에 영향을 끼칩니다. 이질감을 줄이고 통각과민 발달을 줄여주는데 면역이 영향을 줍니다. 세균성, 박테라이성 감염을 막아주고 면역 기능을 증가시켜서 통증을 조절하게 만드는 간접적인 역할도 합니다.

다친지 얼마되지 않아 조직을 보호해야할 급성기가 아니고 만성통증 환자라면 오히려 아프게 운동해야 합니다. 약하게 느껴지는 통증 운동은 괜찮을 수 있습니다. 만성 통증 자체가 조직 손상 때문에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프게 운동하게 된다면 운동의 강도가 높아집니다. 운동의 효과를 더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프면 운동하지 마라라는 지침은 통증은 나쁜 것이니 무조건 피하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거 자체가 통증에 대한 두려움을 만들어냅니다. 두려움이 생기면 편도체가 활성화되고 염증 반응은 더욱 증가합니다. 두려움 자체가 통증 조절 능력을 상당히 떨어뜨립니다. 차라리 아파도 괜찮으니 조금씩 허용하라는 점진적인 접근이 통증에 대한 두려운 반응을 없애고 좀 더 자유롭게 운동할 수 있게 만듭니다.

운동을 아프게 하면 조건적 통증 조절에 의해 통증이 줄어들기도 합니다. 조건적 통증 조절이라는 것은 통증을 통증으로 다스린다는 말입니다.

약하거나 중간을 넘어가지 않는 정도의 통증은 허용하면서 운동 했을 때 효과적이라는 연구 자료들이 있습니다. 만약에 운동 이후 통증이 중간 이상으로 증가한다면 운동 강도를 조절하거나 다른 운동으로 바꾸면 됩니다.

전기 치료도, 도수 치료도 여러 연구에 의해 통증 감소는 단기적이라는 것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결국 우리가 이렇게 아픈 이유는 우리 몸의 섭리를 거스르기 때문에 아프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오랜 시간 앉아 있고 움직이지 않는 게 이유라는 것이죠. 죽을병에 걸렸던 사람들이 자연속으로 들어가 걷고 건강하게 먹고 병이 낫다는 소식을 우리는 종종 듣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다시 자연으로 환경을 되돌리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움직이는 시간을 늘리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무작정 움직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잘 움직여주는 게 선행이 되어야 합니다.

잘 움직여준다는 것은 각 관절에 붙어 있는 근육들이 올바른 동원 순서로 잘 협력하여 올바른 기능을 하는 것이겠죠. 기능적 운동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세계적인 물리치료사 그레이 쿡 선생님의 말로 글을 마칩니다.

Move well, Move often
제대로 움직이고나서 자주 움직여주자